2009년 11월 21일
출산 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출산 육아 관련 책을 몇 권 사서 친정 엄마를 통해 배편으로 받았다. 그 중 한 권을 어제 오늘 읽었는데 썩 맘에 들지 않는다. 책 제목은 <기저귀 빠는 아빠 박기복의 열혈육아기 - 효원이 잘 커요?>이다. 괜한 반발심에 남편에게 한마디 했다. "여보, 나도 책 한권 쓸까봐. <기저귀 사는 엄마 김수현의 대충육아기 -윤수는 막 키워요>로 해서"
누구나 자기 자식이 예쁘고 소중하다. 그래서 좋은 걸 해주고 싶고 그래서 좋다고 생각하는 걸 해준다. 그렇다보니 내 육아방식이 제일이라 생각하기 쉽다. 윤수보다 석달 일찍 태어난 당신네 손녀를 돌보는 내 친정 부모님도 당신들의 육아방식이 옳다고 믿고 계신다. 친정 아버지는 내게 아이 낮잠을 어떻게 어떻게 재우라고 하시고, 육아 경험 전혀 없는 나는 내 방식이 옳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어떻게 재우지 않는다. 마치 종교와도 같다. 그렇기 때문에 육아방식을 논하는 책은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독교 신자가 무턱대고 불교 신자에게 전도를 펼칠 수는 없다.
그런데 책은 자신의 육아방식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강하게 보여주고 전체에 걸쳐서 '주장'으로 일관한다. 초보 엄마 아빠의 웃음과 울음이 곁들여진 좌충우돌 육아기를 기대했는데 - 그 가운데 자연스럽게 젖과 천기저귀의 매력이 드러나고- 책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이 어디선가 얻어온 출처없는 관련 정보들을 늘어 놓고 모유는 최고, 천기저귀는 필수, 유기농 농산물 아닌 것은 먹지 못할 것,이라 말한다. 힘들지만 해야한다. 힘들어도 나는 했다. 그런 식이다. 책을 펼치기 전부터 박기복씨가 모유수유를 고집하고 천기저귀를 쓰고 유기농 농산물을 사먹을 사람이라는 거 알고 있었는데도 책을 읽는 내내 반발심이 들었다.
모유수유, 천기저귀, 유기농 먹거리. 물론 그렇게 하도록 격려해야한다. 하지만 격려는 격려일 뿐 강권이 되어선 안된다. 최고의 방식이라 강조만 해서도 안된다. 육아방식을 주장만 해서도 안된다. 어렵지만, 당신도 한번 해보라고 진중하게 권해야한다. 나의 육아방식이 세상에서 가장 최고니까 당신도 채택하라고 말할 수 없다. 분유를 먹이는 엄마들도, 종이기저귀를 쓰는 아빠들도, 동네 가게에서 아무 채소나 사다 이유식을 해다 먹이는 부모들도 다 나름의 사정이 있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우고 있지 않나. (그래서 보림이 언니의 글이 더 살갑다. 모유수유를 하고 천기저귀를 쓰는 보림이 언니는 강권하지 않고 그냥 자신이 어떻게 했는지를 찬찬히 말해줄 뿐이다. http://bobab.egloos.com )나도 100% 모유수유를 하고 싶고, 천기저귀를 채우고 싶지만, 그냥 그렇게 키우는거다. 그러다 여유가 생기면 천기저귀를 시도해볼 수 있고, 젖이 더 불고 소아과 의사가 뭐라 뭐라 하지 않으면 완모도 하고 그렇게 하는거다.
자장가책을 사서 공부하여 자장가를 외웠다는 박기복씨네와는 다른 방식의 열정을 가지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 난 오늘도 교과서에 배웠던 자장가 두 곡에 푸른하늘 은하수를 부르며 아이를 재우고 있다. 내키는대로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준다. 나미의 빙글빙글을 불렀다가 신신애의 세상은 요지경을 불렀다가 꼬마자동차붕붕을 부른다. 그러다 내 맘대로 곡조에 내 맘대로 가사를 붙여 랩인지 타령인지 알 수 없는 노래를 부른다. 기저귀는 계산기를 두드린 끝에 팸퍼스에서 코스트코 pb상품으로 내려갔고 ,몸무게가 잘 늘지 않아 분유도 함께 먹이라는 소아과의사의 지침에 윤수는 엄마 젖과 분유를 같이 먹고 있다. 상표가 다른 우유병 꼭지를 돌려가며 막 먹인다. 처음엔 달라진 꼭지를 거부하며 울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먹이면 아이는 어떤 꼭지라도 학습하여 문다. 윤수야 널 사랑해서 닥치는대로 키운다. 막 자라면서 이 험한 세상을 미리 배워라.
# by 그루브 | 2009/11/21 06:10 | 육아단상 | 트랙백 | 덧글(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