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ove5.egloos.com

Arizona

포토로그 마이가든



소설- 8일째 매미 엄마의 서재


최근 큰 재미 중 하나가 서울에 사는 회사 선배가 부쳐준 책들을 읽는 일이다. 일명 '구선배 콜렉션'인데 대단한 독서가가 아닌 나의 뜻을 잘 이해하여 재미있는 국내외 소설들을 잘 골라서 보내 줬다.

약 2주 전에 잡은 책이 일본 소설 <8일째 매미>인데 그 뒤 손님도 오고 시부모님도 오셔서 시간을 못내다가 어제 윤수가 밤10시부터 매트리스에서 자기 시작하는 기적을 보여줘 남은 부분을 단숨에 읽어내렸다. 보통 윤수는 밤 7,8시에 잠자기 시작하는데 주로 사람품에서 밤12시까지 자다깨다를 반복하다가 밤12시부터 매트리스에서 잘 잔다.

소설의 뒷부분에서 약간의 억지로 사건을 만들긴 했지만 - 그래서 남편은 그 부분부터 시들해졌단다 - 그래도 재미있게 잘 읽었다. 일본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이나 <장미없는 꽃집>를 볼 때 '말도 안되는 스토리야'라고 생각하면서도 눈물을 짰던 것 처럼 이 소설 뒷부분을 읽으며 휴지를 뽑아 눈을 닦고 코를 풀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본 남편은 혀를 차고.

불륜의 대상이었던 유부남의 아이를 유괴하여 몇 년간 데리고 다니다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로 요미우리 신문에 연재를 하며 인기를 모았다고 한다. 대개 1인칭 시점 소설은 주인공들이 자의식 과잉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소설은 "나"로 풀어나가지만 그런 면이 없어 좋았다.

5개월이 되어가는 아기를 둔 엄마라 그런지 소설이 더 와닿는다. 주인공이 유괴한 아이 가오루가 커가는 모습도 재미있고 아이를 키우는 가짜 엄마의 모정은 애틋하다.

그나저나 '아오야마'라는 도쿄의 지명을 보니 갑자기 그리움이 밀려오는 이유가 뭔지. 손을 꼽아보니 일본에 가본 게 일곱 번이다. 요새 일본은 여러모로 '지는 해' 분위기를 내고 있는데 (도요타 리콜 사건!) 담번에 일본가면 거리가 쓸쓸하게 보일 듯.

감자스프에 식빵 두 조각 아내의 부엌


감자스프에 식빵 두 조각을 먹었다. 스파게티를 해먹고 남은 헤비크림이 있어서 스프를 만들어 먹었다. 우유가 과했는지 우유맛이 살짝 나지만 맛이 나쁘지 않다. 든든하고 간단한 아침으로 제격이다.

스프를 끓일 땐 꼭 밀가루를 버터에 볶아 '루'를 만들라고 하는데 이 '루'가 하는 역할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버터 한조각에 밀가루 한스푼을 넣어 일단 루를 만든다. 버터가 타서 갈색이 안되도록 조심하면서.

잘게 썬 감자 4개에 양파, 당근, 마늘 약간을 보탠다. 같이 볶았다. 치킨브로스 한캔을 따서 붓고 헤비크림 남은 걸 붓고 우유 한컵을 붓는다. 그리고 진득하게 끓인다.

끓인 걸 식힌 뒤 도깨비 방망이로 갈았다. 알갱이는 사라지고 스프는 걸죽해진다. tyme이니 하는 향신료가 없는 관계로 파스타용 이탈리안 어쩌구를 뿌린다. 후추를 갈아넣었다. 감자조림하려고 같이 삶아둔 닭고기를 조금 꺼내 조각내어 넣어준다. 소금간을 하며 다시 한번 끓인다. 감자스프 완성~ 

도깨비 방망이를 꺼내 사용하고 씻어서 집어넣는 과정이 좀 귀찮지만 그럭저럭 간단한 조리과정이다. 생각보다 너무 걸쭉해져서 치킨브로스 한통을 더 넣었으면 좋겠는데 집에 없는 관계로 생략. 두 그릇 먹고 나면 질려버리는 게 스프라 나머지는 냉동실에 넣어둘 예정이다.

윤수를 안고 할 수 있는 일 엄마의 서재


태어난 지 4개월이 된 윤수. 목도 잘 가누고 눈도 밝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엄마 품이 제일 좋단다. 낮잠을 잘 때면 내 품을 찾는다. 바닥에 눕혀놓으면 1분이 채 안되어 응애하고 운다. 그렇다고 이 엄마가 종일 윤수를 배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텔레비젼도 보고 컴퓨터로 인터넷질도 한다. 이것도 하루이틀이지 몇 시간 하다보면 시들해진다. 드라마와 블로그의 이야기들은 동어반복이 많다. 아이를 돌보면서 리모콘을 작동하고 마우스를 움직이는 일도 쉽지 않다.

윤수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는 내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그건 바로 독서이다. 책은 무게가 얼마 나가지 않아 묶인 손으로도 들만하다. 큰 동작을 요하지도 않는다. 눈알만 이리저리 굴리면 된다. 아이를 돌보는 일엔 끊임없이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라 내가 마음대로 시간을 관리하지 못할 뿐더러 대게 내게 주어진 자유시간이란 건 짜투리 시간들 뿐인데 책은 읽다가 덮었다가 다시 읽으면 되는 물건이라 독서는 엄마에게 적당한 소일거리이다.

올해는 책을 읽자. 미국에 온 뒤 한국어 책을 구입하기 어려워져 기껏해야 한국에 방문했을 때 몇 권 사들고 온 걸 읽은 게 전부다. 그러다 최근 꾀를 내어 중고책들을 한꺼번에 배편으로 받아보기 시작했다. 윤수가 아직 배 속에 있을 때 출산 육아 관련 서적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하여 친정에 보낸 뒤 어머니께 부탁해 배편으로 받아봤다. 항공으로 부치는 삯은 제법 나가지만 배편으로 보내는 값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신 배로 오는데 두달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두달이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최근 남편이 시어머니께 부탁해 시댁에 있던 책 몇권을 받았다. 나는 내 직장 선배를 졸라 책 몇 권을 받았다. 요즘 구선배가 보내준 책들을 참 즐겁게 읽고 있다.

허벅지 위에 윤수를 올려놓고 소설책을 보는 요즘이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