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꾀가 는다


11주된 윤수와 윤수엄마. 잔꾀가 느는 건 윤수가 아니라 윤수엄마이다. 윤수는 그냥 자기 내키는대로 하루를 보내고 있고 윤수엄마는 어떻게 좀 편해볼까해서 이런 저런 것들을 시도해본다. 윤수는 엄마 품에서만 낮잠을 자고 놀려는 천진난만한 아기이다. 바닥에 눕는 게 싫어진 귀여운 아기이다.

오늘은 아이 침대에 베개로 블럭을 쌓았다. 윤수는 엄마 품에서 잘 자다가도 등짝 45도 센서때문에 쉽게 바닥에서 잠을 잇지 못한다.(바닥에 눕히려고 시도하지만 바닥기준 45도만 기울어져도 아이가 금새 잠을 깨 운다는 유명한 육아일기 만화컷!) 바닥이 너무 평평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어서 베개를 비스듬하게 쌓아서 엄마 품인 척 만들어 아이를 눕혀보았다.

조금 더 발전하여 담요를 도입했다. 보통 얇은 싸개천으로 아이를 싸줬는데 문득 그걸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툼한 담요로 칭칭 감아서 아이가 바닥의 평평함을 덜 느끼도록 만든 담에 배게의 골에 살짝 눕혀봤다. 결과는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다! 한시간 정도 유효하는 거 같다.

낮에는 아이를 거실에 눕혀놓는다. 조금씩 눈이 밝아지고 있어서 흰 벽 위주인 안방은 윤수에게 심심한 공간이 되어가는 거 같다. 흑백모빌이 하나 달려있지만 부족하다. 그래서 윤수가 좋아하는 책장이 한면에 주루룩 늘어져있는 거실로 데리고 나온다. 책이 꽂혀있는 게 얼룩덜룩하게 보여서 아이가 좋아하는 것 같다. 심심해하면 15도씩 방향을 바꿔준다. 식탁이 검은 색이라 식탁의자 다리를 쳐다보는 것도 좋아한다. 식탁 의자를 보고 15도 돌려서 책장 일부를 보고 15도 돌려서 전등을 보고.

그럼에도 또 다시 쿠쿠거리는 윤수를 안으러 이만 총총.

by 그루브 | 2009/11/24 10:27 | 육아단상 | 트랙백 | 덧글(0)

윤수는 막 키워요


출산 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출산 육아 관련 책을 몇 권 사서 친정 엄마를 통해 배편으로 받았다. 그 중 한 권을 어제 오늘 읽었는데 썩 맘에 들지 않는다. 책 제목은 <기저귀 빠는 아빠 박기복의 열혈육아기 - 효원이 잘 커요?>이다. 괜한 반발심에 남편에게 한마디 했다. "여보, 나도 책 한권 쓸까봐. <기저귀 사는 엄마 김수현의 대충육아기 -윤수는 막 키워요>로 해서"

누구나 자기 자식이 예쁘고 소중하다. 그래서 좋은 걸 해주고 싶고 그래서 좋다고 생각하는 걸 해준다. 그렇다보니 내 육아방식이 제일이라 생각하기 쉽다. 윤수보다 석달 일찍 태어난 당신네 손녀를 돌보는 내 친정 부모님도 당신들의 육아방식이 옳다고 믿고 계신다. 친정 아버지는 내게 아이 낮잠을 어떻게 어떻게 재우라고 하시고, 육아 경험 전혀 없는 나는 내 방식이 옳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어떻게 재우지 않는다. 마치 종교와도 같다. 그렇기 때문에 육아방식을 논하는 책은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독교 신자가 무턱대고 불교 신자에게 전도를 펼칠 수는 없다.

그런데 책은 자신의 육아방식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강하게 보여주고 전체에 걸쳐서 '주장'으로 일관한다. 초보 엄마 아빠의 웃음과 울음이 곁들여진 좌충우돌 육아기를 기대했는데 - 그 가운데 자연스럽게 젖과 천기저귀의 매력이 드러나고- 책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이 어디선가 얻어온 출처없는 관련 정보들을 늘어 놓고 모유는 최고, 천기저귀는 필수, 유기농 농산물 아닌 것은 먹지 못할 것,이라 말한다. 힘들지만 해야한다. 힘들어도 나는 했다. 그런 식이다. 책을 펼치기 전부터 박기복씨가 모유수유를 고집하고 천기저귀를 쓰고 유기농 농산물을 사먹을 사람이라는 거 알고 있었는데도 책을 읽는 내내 반발심이 들었다.

모유수유, 천기저귀, 유기농 먹거리. 물론 그렇게 하도록 격려해야한다. 하지만 격려는 격려일 뿐 강권이 되어선 안된다. 최고의 방식이라 강조만 해서도 안된다. 육아방식을 주장만 해서도 안된다. 어렵지만, 당신도 한번 해보라고 진중하게 권해야한다. 나의 육아방식이 세상에서 가장 최고니까 당신도 채택하라고 말할 수 없다. 분유를 먹이는 엄마들도, 종이기저귀를 쓰는 아빠들도, 동네 가게에서 아무 채소나 사다 이유식을 해다 먹이는 부모들도 다 나름의 사정이 있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우고 있지 않나. (그래서 보림이 언니의 글이 더 살갑다. 모유수유를 하고 천기저귀를 쓰는 보림이 언니는 강권하지 않고 그냥 자신이 어떻게 했는지를 찬찬히 말해줄 뿐이다. http://bobab.egloos.com )나도 100% 모유수유를 하고 싶고, 천기저귀를 채우고 싶지만, 그냥 그렇게 키우는거다. 그러다 여유가 생기면 천기저귀를 시도해볼 수 있고, 젖이 더 불고 소아과 의사가 뭐라 뭐라 하지 않으면 완모도 하고 그렇게 하는거다.

자장가책을 사서 공부하여 자장가를 외웠다는 박기복씨네와는 다른 방식의 열정을 가지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 난 오늘도 교과서에 배웠던 자장가 두 곡에 푸른하늘 은하수를 부르며 아이를 재우고 있다. 내키는대로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준다. 나미의 빙글빙글을 불렀다가 신신애의 세상은 요지경을 불렀다가 꼬마자동차붕붕을 부른다. 그러다 내 맘대로 곡조에 내 맘대로 가사를 붙여 랩인지 타령인지 알 수 없는 노래를 부른다. 기저귀는 계산기를 두드린 끝에 팸퍼스에서 코스트코 pb상품으로 내려갔고 ,몸무게가 잘 늘지 않아 분유도 함께 먹이라는 소아과의사의 지침에 윤수는 엄마 젖과 분유를 같이 먹고 있다. 상표가 다른 우유병 꼭지를 돌려가며 막 먹인다. 처음엔 달라진 꼭지를 거부하며 울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먹이면 아이는 어떤 꼭지라도 학습하여 문다. 윤수야 널 사랑해서 닥치는대로 키운다. 막 자라면서 이 험한 세상을 미리 배워라.

by 그루브 | 2009/11/21 06:10 | 육아단상 | 트랙백 | 덧글(3)

먹는 것에 대한 기록


애 보느라 매끼 해먹지 못하는데 그렇다고 맨날 사먹기에도 한계가 있어 두세끼에 한번은 한가지씩 만들어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여태까지 먹던 건 밑반찬 위주라 손이 많이 가기에 되도록 간단하고 쉬운 걸로 인터넷에서 찾아 만들어 보고 있다.

* 11월16일 5불 치즈피자

울 집 근처 피자가게에 라지사이즈 피자를 5불에 팔고 있었다. 토핑은 치즈 or 페페로니 선택. 아무것도 거의 안 올려져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미국 와서 피자를 많이 먹다보니 무조건 토핑이 많은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차라리 원토핑 피자가 낫다.
보통 두 조각 먹거나 세조각 먹으면 많이 먹는데 어젠 반판을 먹었다. 내가 생각해도 요새 나 너무 잘 먹는다. 젖도 많이 나오지 않는데 어쨌든 수유하다보니 항상 허기져있다.


* 11월초 퐁당 음식들

아이가 넘 보채고 나도 힘들어 주로 퐁당퐁당 음식들을 해먹었다.

- 물을 올린다. 돼지고기를 퐁당 넣는다. 삶는다. 새우젓이랑 먹으면 맛있다.
- 물을 올린다. 닭고기를 퐁당 넣는다. 삶는다. 소금이나 국간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다.
- 물을 올린다. 쇠간을 퐁당 넣는다. 삶는다. 소금에 찍어먹었다. 신선한 걸 산 거라 넘 맛있다.
- 물을 올린다. 불린 미역을 퐁당 넣는다. 마른 멸치 퐁당 넣는다. 끓인다. 미역국이다. 먹을만하다.
- 물을 올린다. 대충 씻은 콩나물을 퐁당 넣는다. 마른 멸치도. 끓인다. 콩나물국이다. 먹을만하다.
- 치킨 브로쓰를 한통 따서 올린다. 물을 한 그릇 올린다. 떡과 만두를 퐁당 넣는다. 떡만두국이다. 먹을만하다.
- 물을 올린다. 라면을 퐁당 넣는다. 한그릇 해결이다.
- 더 간단한 버전은... 전기주전자에 물을 넣어 끓인다. 라면 or 우동컵에 붓는다. 한그릇 해결이다.

모두다 한손으로 요리 가능하다. 왼손으론 애 안고. 으흐.
중요한 점은 신선한 고기를 사야한다는 것. 마늘이니 파뿌리니 안 넣고 고기만 넣어 삶아도 냄새 안나고 맛있다.


* 11월초 크림 스프 = 크림스파게티의 변형

10월29일 크림스파게티 만들어 놓은 거를 꺼내어 수프를 끓였다. 먼저 버터를 새끼손가락만큼 냄비에 넣는다. 밀가루 한숟갈 넣는다. 닭고기 토막 좀 넣는다. 볶아 준다. 적당히 볶아진 데에 치킨 브로쓰 2통 넣어주고 끓인다. 스파게티용이라 만들어 놓은 거 넣어준다. 향 나라고 스파게티에 뿌리는 가루(바질이니 뭐니 따로 구비해놓지 못하고 저거 하나로 다 해결) 좀 넣어준다. 맛있었다.


* 11월 찜닭 = 닭간장 조림의 변형

아침에 한 닭간장조림을 변형하여 저녁반찬으로. 고춧가루 좀 뿌리고 불린 당면 넣고 파 넣고 데우면 짜가 찜닭이 된다. 맛있엇다. 조림류는 몇 시간 두면 더 맛이 잘 드는 거 같다.


* 10월30일 닭간장조림

요즘 자주가는 마트는 sunflower market이란 곳인데 고기도 채소도 과일도신선하고 좋다. 닭고기도 참 신선하다. 그냥 삶아서 국간장에 찍어먹어도 맛있다. 오늘은 감자를 처치하고자 닭과 감자를 같이간장에 조렸다. 아 감자를 좀 더 늦게 넣어야 안 으깨지는데 그냥 귀찮아서 닭이랑 같이 넣었다. 그리곤 갑자기 베이비당근이생각나 재빨리 주섬주섬 꺼내 뒤늦게 퐁당 집어넣었다.
밑간을 한 닭과 물로 전분을 뺀 감자를 버터 둘린 센불에 볶은 뒤 물 살짝 부은 양념(대충 간장+마늘+참기름+생강가루)에 넣어 조린다.

* 라이스 피자

시판 냉동피자 가운데 라이스피자라는 게 있어서 한번 먹어봤다. 맛이 없었다. 다음엔 사지 말자.


* 토마토 스파게티

원래 토마토 스파게티 보다 크림 스파게티를 좋아하지만 영양을 생각하여 해 먹었다. 마늘과 양파를 올리브유에 볶은 뒤에 동네 마트에서 파는 토마토 페이스트 반 통, 토마토 통조림 한 통에 비프브로쓰(쇠고기 국물) 반 통, 간 쇠고기를 넣어서 끓여줬다. 새우 데친 거 올려서 먹었다. 2인분 빠듯했다. 다음엔 비프브로쓰 한 통쓰고 단맛을 더 살리기 위해 양파를 더 넣어줄 예정이다. 남편도 괜찮다고 반응을 보여 나중에 토마토 좋아하시는 시아버지 여기 방문하시면 함 선보일 예정.

* 10월29일 크림 스파게티

간단한 레시피라고 올려진 걸 보고 따라 만들어봤다. 헤비크림 한통 우유 동량을 끓인 뒤 감자 3개와 마늘 20쪽을 넣어서 끓인다. 한참 끓인 뒤 믹서기에 갈아서 다시 우유+크림에 부어서 데워준다. 덜 느끼해서 괜찮긴 한데 뭔가 조금 심심하다. 핸드블렌더가 작아서 반만 갈아서 도로 부었다. 감자 알맹이가 좀 남아있는 것도 괜찮은 듯. 담엔 베이컨과 양송이 버섯을 익혀 올려 먹어면 더 좋을 듯. 베이컨 양송이 감자 크림 파스타가 된다. 매주 해먹긴 그렇고 한달에 한번 정도 해볼만.

* 10월28일 돈까스

오랜만에 돈까스를 해먹었다. 돼지의 loin 부분을 적당한 두께로 잘라서 칼로 대충 두드리다가 손목이 아프면 그냥 중단하고 밀가루 계란 빵가루 순으로 입혀 후라이팬에 튀겼다. 되도록 기름을 적게 쓰고 후라이팬을 이용해 튀기고자 고기를 두툼하지 않게 잘라서 만들어 먹었다. 곁들인 건 양배추 채 썬 것. 여기에 콘슬로 드레싱 두숟가락 넣어서 휙휙 휘저어 고기랑 같이 먹으면 상큼하게 맛있다. 심하게 간단하고.





by 그루브 | 2009/10/31 00:45 | 먹는 것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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