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큰 재미 중 하나가 서울에 사는 회사 선배가 부쳐준 책들을 읽는 일이다. 일명 '구선배 콜렉션'인데 대단한 독서가가 아닌 나의 뜻을 잘 이해하여 재미있는 국내외 소설들을 잘 골라서 보내 줬다.
약 2주 전에 잡은 책이 일본 소설 <8일째 매미>인데 그 뒤 손님도 오고 시부모님도 오셔서 시간을 못내다가 어제 윤수가 밤10시부터 매트리스에서 자기 시작하는 기적을 보여줘 남은 부분을 단숨에 읽어내렸다. 보통 윤수는 밤 7,8시에 잠자기 시작하는데 주로 사람품에서 밤12시까지 자다깨다를 반복하다가 밤12시부터 매트리스에서 잘 잔다.
소설의 뒷부분에서 약간의 억지로 사건을 만들긴 했지만 - 그래서 남편은 그 부분부터 시들해졌단다 - 그래도 재미있게 잘 읽었다. 일본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이나 <장미없는 꽃집>를 볼 때 '말도 안되는 스토리야'라고 생각하면서도 눈물을 짰던 것 처럼 이 소설 뒷부분을 읽으며 휴지를 뽑아 눈을 닦고 코를 풀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본 남편은 혀를 차고.
불륜의 대상이었던 유부남의 아이를 유괴하여 몇 년간 데리고 다니다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로 요미우리 신문에 연재를 하며 인기를 모았다고 한다. 대개 1인칭 시점 소설은 주인공들이 자의식 과잉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소설은 "나"로 풀어나가지만 그런 면이 없어 좋았다.
5개월이 되어가는 아기를 둔 엄마라 그런지 소설이 더 와닿는다. 주인공이 유괴한 아이 가오루가 커가는 모습도 재미있고 아이를 키우는 가짜 엄마의 모정은 애틋하다.
그나저나 '아오야마'라는 도쿄의 지명을 보니 갑자기 그리움이 밀려오는 이유가 뭔지. 손을 꼽아보니 일본에 가본 게 일곱 번이다. 요새 일본은 여러모로 '지는 해' 분위기를 내고 있는데 (도요타 리콜 사건!) 담번에 일본가면 거리가 쓸쓸하게 보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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