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6일
엄마가 됐다
9월11일 첫아이 윤수를 낳았다. 나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됐다. 2000년에 대학을 졸업해서 직장에 들어가 몇 년간 돈을 벌었다. 그리고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고 그 남자를 따라 미국에 왔다. 지난해 겨울이 6개월인 곳에서 여름이 6개월인 곳으로 이사를 왔다. 아이를 가졌고 엄마가 됐다. 10년 새 참 많은 일이 일어났다.
모든 건 상상과 다르다. 아이를 낳자마자 '부모가 됐다'는 사실을 크게 실감하는 건 아니다. 젖을 물린다고 해서 금방 젖이 줄줄 흐르는 것도 아니다. 아기가 크게 운다고 해서 하루종일 울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아기는 아직 방긋방긋 웃을 줄 모른다.
건축과, 광고회사, 잡지사. 마감을 하는 곳에서 훈련이 되어서 그런지 밤중 두세번 깨는 이 초보엄마의 날들이 생각보다 힘들진 않다. 시사잡지 한가위 특집호를 만드느라 새벽 3시에 졸린 눈을 깜빡이며 책상에 붙어있던 그 때보다 수월하다. 하지만 아이가 보채는 게 잦아지면 아이에게 젖물려 놓고 이내 꾸벅꾸벅 존다.
타지에서 아이를 낳는 일이 걱정스러웠는데 어쨌든 윤수는 내 뱃속에서 잘 컸고 지금은 내 옆에서 잘 자고 있다. 동네에 한인 산부인과 의사가 없어서 그냥 가까운 산부인과의 백인 여의사를 담당의사로 삼아 몇 개월을 지냈다.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진 의사를 만나 별 불편없이 잘 지냈다. 자연분만을 예정하다 의도치않게 제왕절개를 하게 됐는데 수술도 잘 마무리됐다.
병원에 가기 전날부터 12시간 가량 진통이 있었는데 이 진통이 가진통인지 진짜 진통인지 헛갈릴만큼 진통도 그럭저럭 참을만했다. 수술한 당일과 그 다음날은 몸이 무거웠지만 퇴원하는 날엔 움직일 만했다. 일주일간 입원시킨다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제왕절개를 하게 되면 3박4일 혹은 4박5일 입원한다. 난 그냥 삼일밤 자고 퇴원했다.
그리고 그 다다음날 한국에서 엄마가 오셨다. 남편, 엄마의 도움으로 두세주를 보냈고 한달이 조금 지난 지금은 그럭저럭 나도 애기 보는 일에 조금은 익숙해졌다. 별 게 없어서 그런가? 먹고, 싸고, 잔다. 아이가 배고플때 먹이고, 기저귀를 제때 갈아주고, 가끔 보채면 달래고, 틈날때 목욕시키면 된다. 엄마가 귀국하신 다음부터 힘들겠지. 밥도 해야하고 빨래도 해야한다. 청소도 아주 안할 수는 없고. 그래도 하루하루 잘 흘러갈거라는 거 잘 안다. 윤수야 건강하게 잘 커라! 나도 좀 더 부지런해져야겠다.
# by | 2009/10/16 12:48 | 육아단상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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